여행 4일째,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쳤고  리스본으로 향하는 길에 무지개가 떴다.


리스본은 화려하지도, 현대적이지도 않고 적당히 낡고 쇠락했지만 고풍스러운 우아함이 남아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도시 곳곳에 묻어 나는 남루함(예산부족으로  도색이 멈춘 옛 건물들이 많이 보임)에서  잘 나가던  옛 시절 부귀영화의 흔적을 본다.
1755년 포르투갈을 덮친 대지진으로 리스본에 있는 건물의 75프로 이상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많은 역사적 유물들과 기록들이 사라졌다.
대지진의 여파로 15~16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고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해양국 가는  서서히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물결 모양의 바닥이 인상적인 호시우 광장


리스본 거리를 걸으며 바닥을 보니 여러 가지 문양이 모자이크 된 돌바닥이 인상적이었다.
'칼사다 포르투게사'라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돌 포장길이다.

광장 한편에, 돌 하나하나를 다듬어서 아름다운 포르투갈식 돌 포장길을 만드는 장인의 동상이 있었다.

전망대까지 태워준 아리따운 툭툭이 기사님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인데 언덕을 오르는 교통수단은 트램이 있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삼륜차를 개조한 툭툭이가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툭툭이 운전은 대부분 청년들에게 주어진다고 한다.

언덕 위 전망대에 오르니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테주강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똑같은 모양의 '4월 25일' 다리가 보인다.
포르투갈 근대에도 독재정치의 시대가 있었다.
독재자의 이름 살리자르 다리로 불렸다가  시민들에 의한 4월 혁명으로 '4월 25일' 다리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타구스 강, 포르투갈어로는 테주강,  스페인어로는 따호강, 톨레도 언덕을 휘감아 도는 그 따호강이  리스본에서 대서양과 만나는 테주강이다.


테주강변 벨렝지구에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연 엔리케 왕자 사후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960년에 완공한 '발견 기념탑'이 있다.

'등뒤로 스페인에 가로막혀 대서양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누군가 말했지.
500여 년 전 이 강의 끝에서  대서양으로 나아가 인도로 가는 바닷길을 열고 일본까지 진출하여 교류하게 된다. 일본은 포르투갈을 통해 소총을 비롯한 서양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일찌감치 개화에 나선다.  1498년 바스코 다가마가 인도에 도착하고 꼭 백 년 후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바스코다가마가 없었다면 임진왜란도 없었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바스코 다가마의 항해 성공을 기리기 위하여 지어진 제로니무스수도원.
멀리서 외관만 보았는데 내부 관람을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거세져서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벨렝지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벨렝지구의 유명한 벨렝탑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스치듯이 보았다.

리스본!
그때는 잘 몰랐으나 생각할수록 여운이 남는 도시이다.
그날 속이 울렁거려 제대로 먹지 못한 대구 요리도 자꾸 생각난다.



이렇게 말린 대구로 요리를 한다.
레시피가 300여개가 넘는다니 그들의 대구사랑이 대단하다.
대구는 바닷가 출신인 우리 가족도 정말 즐겨 먹던 생선이다.
내가 대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대구요리 먹으러 포르투갈 다시 가야지! 부질없는 꿈을 또 꾼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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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3일째.
톨레도 관광을 끝내고 파티마 대성당으로 향했다.
파티마는 포르투갈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으로 길게 자리 잡은 포르투갈은 우리나라 면적과 비슷하고 인구는 천만명 좀 넘는다고 한다.
같은 이베리아 반도 안의 두나라지만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니 지형이 바뀌면서 자연환경도 달라지는 느낌이다.
이베리아 반도에 여러 가톨릭 왕국이 나누어졌을 때 이런 지정학적 요인이 작용하여 왕국이 세워지고 오늘날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두 나라로 정착된 게 아닌가 싶다.
파티마 성당은 1917년 어린 세 목동 앞에 성모님이 나타나심을
기념하여 대성당이 지어졌다.
톨레도를 떠날 때부터 흐리던 날씨가 포르투갈로 접어들어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가 되었다.
악천후로 밤 9시에 거행되는 미사에는 불참하였다.

어두워서야 도착한 파티마 성당

나도 한 때는 가톨릭 신자였다.
어느 순간 무신론자가 되었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의, 사랑, 평화, 공동체에 대한 소명 등, 모든 종교의 선의에는 존경을 표하지만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과연 파티마에서 성모님이 발현하였는지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과 출신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그 시대 집단 최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파티마 성당 성모님 앞에서 사진 촬영하는 비구니 스님

이번 투어에 비구니 스님 여섯 분이 동행하였는데 8일 동안 종교적인 금욕과는 거리가 먼듯한 그 스님들의 여러 행동들을  보면서  내 친구 마리아 수녀님의 맑은 삶이 떠올랐다.
마리아 수녀님은 수녀로서 항상 금욕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파티마 성당에서 기적의 성모님을 알현하고 초  하나 사서 내 친구 마리아 수녀님의 성모님께 친구의 안위를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였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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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는 마드리드에서 67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로마제국, 서고트왕국, 이슬람왕국을 거쳐 1085년  가톨릭의 가스티야 왕국이 점령한 이후  1560년 마드리드로 수도가 이전되기 전까지 가스티야 왕국의 정치적 사회적 중심지였던 도시이다. 따호강이 휘감아 도는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톨레도는 외적을 방어하는 데는 최적의 장소였으나 인구가 늘고 도시가 팽창하는 데 지정학적 한계가 있어 수도를 마드리드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파라 본 톨레도 전경, 따호강이 도시의 성벽을 휘감아 흐른다



언덕 아래 평지에서 버스를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좁은 골목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중세 도시의  투어가 시작된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마주 오는 자동차를 피해 가며 걸어야 한다.  옆면이 긁혀 있는 차량이 많은 것을 보니 이곳에서의 운전은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한다.

짠! 톨레도 대성당이~~

톨레도 대성당은 이슬람 세력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1225년 짓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가톨릭 연합세력들이 톨레도, 코르도바, 세비아 등을 함락하면서 이슬람의 학자, 수공업자, 건축가들을 받아들여 이들이 발전시킨 예술 양식을 무데하르양식이라고 한다.
1492년 그라나다 함락으로 레콩키스타(재정복)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이슬람  신민들을 관용하는 통치가 이루어졌다.
이런 무데하르 양식이 스페인 예술의 밑바탕이 되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만들어 내었다.
가톨릭과 이슬람이 공존하며 만들어낸  동서 융합의 찬란한 문화이다.

톨레도 대성당 안에 있는 무게 180kg 높이 3m, 5000여개의 금 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성체 현시대(Custodia), 그 화려함에 입이 쩍 벌어진다


대성당 내부는 신대륙 발견으로  시작된 스페인 전성시대의 엄청난 부가 집약된 호사스러운 장식품들로 가득하다. 이 부의 원천은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수탈한  재물들이란다. 대성당 내부에 보물들이 채워질 때   반대편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의 문명은 파괴되고 식민지가 되어갔다.
아름다운 대성당을 보며  아메리카 대륙의 불행을 떠올린다.

대성당은 거대한 무덤이기도 하다.
비문이 써져 있는 바닥 밑에는 누군가의 무덤이 있고 그 위 천장에는 무덤주인의 모자가 매달려 있다.
대성당  한쪽으로는 칸칸이 개인 기도소가 있는데 말하자면 세력가들한테 작은 성당을 분양했다고나 할까~~ 분양받은 기도소를 자신의  재력을 뽐내듯이 맘껏 치장했다고 한다.

성당안 개인 소유였던 작은 기도소. 성화가 가득하다.

엘 그레코, 오르가스백작의 매장

산토 도매 성당에서 오르가스백작의 매장을 보았는데 엘 그레코의 성화는 다른 성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색감도 많이 어둡고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신체들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 엘 그레코의 그림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중세적이지 않고 현대적이다.

따호강 위의 산 마르틴 다리

꼬마열차를 타고 톨레도를 크게 한 바퀴 돌아 전망대에 올라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톨레도를 보면서 중세의 시간을 상상해 본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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