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여행을 다녀왔다.
모스크바에서 두밤,
쌍트페테르부르그에서 세밤.
짧다면 짧았던 오일간의 러시아여행을 기록으로 남긴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보내며 더위까지 먹은 후 내 체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지난 유월부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떨어지는
물건에 발등이 찍히질 않나, 물건 들어 올리다 허리까지 삐끗, 하다못해 집 안에서 테이블에 걸려 넘어지며 멍들고 늑골까지 다치는 악재까지
겹치며 최악의 몸 상태로 떠난 여행이었다.
근 일년전부터 가기로 한 환갑여행이었다.
모임을 함께하는 대학동창 다섯이서.
여행날짜는 대략 9월 초로 잡아놓았으나 여행지 선정이 난항이었다.
우리로선 패키지 여행을 선택해야 하는데 서로가 가 본 곳이 달라서 공통분모를 찿기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러시아였다.
상대적으로 가 본 나라가 적은 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어느나라나 내겐 미지의 세계이니 떠난다는 설레임만으로 충분히 즐거우리라
스스로를 설득했다.
최악의 체력상태로 별 기대없이 떠난 여행,
결론부터 말하면 뜻깊은 패키지여행이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처음으로 러시아를 만났다.
막연히 알고있던 러시아,구 소련의 이미지는 저리 가라!쌍트페테르부르크도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도시였지만, 지금 내 머리속에 남은 러시아의
강렬한 이미지는,러시아를 떠나는 날 공항가기 직전 들렀던 마트 계산대에서 말없이 할인카드를 대주던 러시아 아저씨의 무표정한 모습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앞선 친구와 나를 위해 자신의 할인카드를 대어주고 직원 역시 당연히 그의 할인카드를 우리를 위해
적용해주었는데 그렇게 선의를 베푸는 그들의 모습은 꼭 화난 사람들의 모습이라 내게는 더욱더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아니? 이렇게 무표정한 친절함이라니!
어떤 상황인지 가이드의 얘기를 듣고 감사하다고 웃으며 얘기하는데도 그들의 표정은 역시나 뚱!^^
러시아사람들은 말없이 도와주는 츤데레 기질이 있다고~~
무려18프로나 할인해서 산 품목,안그래도 엄청 싼데~~
러시아에서 무조껀 사야한다는 당근크림,진주알 영양크림, 꿀

러시아 아저씨의 진심을 느끼며 지금도 빙긋이 웃음이 난다.
새빨간 동토의 나라로 각인되었던 그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었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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