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오후부터 시작해서 3일 동안 알프스의 유명한 3대 봉 전망대에 올랐다.
여행사 투어 상품이니 가능한 코스였지 싶다.
루체른에서 인터라켄 그린덴발트로 가는 여정은 굽이굽이 산자락을 돌고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나기도 하고  만화 속 동화 같은 산비탈 마을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절경 속의 드라이브였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다 보니 멀미로 고생 좀 했다.

인터라켄 가는 산길에서 잠시 내려서 ~~
호수와 어우러진 알프스의 절경

멀미로 울렁거리는 위장을  (버스 기사분께서 마지막에 우리가 탈 기차역을 헷갈려  헤매는 바람에 더욱)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그린덴발트역에 내리니 살 것 같다.
일행 중 한 분도 멀미에 많이 시달렸는지 자기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으니 차에 남겠단다. 차에 남아 있는 건 불가능해서 일단 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클라이네샤이덱역까지 올라가기로 하였다. 우리가 또 어떤 민족인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손발 걷어붙이고 돕는 K민족의 저력을 발휘하여 멀미에 좋다는 온갖 약들이 짐꾸러미 속에서 나오고 사관 따기에 능통한 이가 사관도 따고 여차저차  그이는 고비를 넘겼다.

클라이네샤이덱역에 내려 점심을 먹었다.
멀미 끝이라 거의 먹지 못했는데 일행 중 할아버님 팔순 기념으로 같이 오셨다는 할머니는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드셨다.
나도 그 나이쯤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나의 저질 체력으로 짐작컨대 불가능하겠지?

기후위기 때문인지 아님 계절적으로 눈이 녹는 시기인지 만년설에 쌓인 융프라우를 기대했건만  반 이상이나 녹아내린 모습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온전한 모습의 아름다운 봉우리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지는 산악열차는 건설된 지 100년이 넘었으며 암벽 밑에 자리한 융프라우요흐역에는 빙하를 뚫어 만든 얼음궁전, 알파인 선세이션 등 100년 전 터널을 뚫고 산악열차를 건설한 이들을 기념하는 조형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고산증상을 염려했으나 잠시 숨차다가 괜찮아졌다. 다만 가스배출이 갑자기 심해졌다는(ㅋㅋ)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친구들 모두 그랬단다.
내려올 때는 최근에 완공되었다는, 아이거글렛쳐에서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를 타고 그린덴발트로 하산하였다.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푸근한 스위스 마을을 한가득 눈에 담고 튠 호숫가에 자리 잡은 최고의 숙소에서 맛있는 저녁 만찬(?)을 즐긴 고생은 했지만 충만한 하루였다.

어둠이 내린 튠호수

다음날, 마테호른을 보러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온다.  4시간여 버스를 타고 그림젤패스로 굽이굽이 알프스 산을 넘어 체르마트로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산허리 감긴 구름과 내리는 비를 뚫고 굽이굽이 올라간다. 차량을 이용하여 알프스를 넘는  도로인 그림젤패스는  라이더들의 로망이라는데  멀미와 왕래한열에 시달리며  "이건 아니야 ㅠㅠ"를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 준 건 사연 가득한 음악이었다. 바깥 풍경마저 감상할 수 없는 지루한 고갯길 드라이브에 지친 일행을 위해  가이드가 즉석 디제이가 되어  신청곡과 함께 음악 신청사연을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넘치게 풍족하지 못한 살림살이지만 
알뜰히 모아 떠나는 세 번째 여행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며 골프를 즐기는 친구,
요리를 즐기며 모르는 것이 없는 박학다식한 친구,
글쓰기를 사랑하며 독특한 패턴이 확실한 낭만적인 친구,
평생을 시부모님 공양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사귀는 
친화적인 친구..
수십 년을 같이 했어도 늘 보고 싶은 친구들과 몇 날을 같이 하는 여행은 행복입니다.
신청곡 올립니다.
비지스의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친구가 전한 우리의 신청곡 사연이다.
https://youtu.be/ZInWGC5L2T8?si=AePBv7E26PswOS2E



그렇게 체르마트에 도착 산악열차를 타고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고르너그라트에 올랐지만~~

운무로 마테호른의 윤곽조차 보지 못하고 하산해야 했다. 가장 기대되었던 한 시간여의 알프스 트래킹도 무산되었다. 담 기회를 기약하기엔 내 나이나 체력이 허락할 거 같지가 않다. 체르마트 시내 관광과 쇼핑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체르마트 시내에선 전기차 이용만 가능하다..

스위스의 전통 목조가옥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구름 가득한 다음날
프랑스의 알프스, 몽블랑을 보기 위해 샤모니로 이동하였다. 역시 도로 사정은 험난했지만 이동 거리가 길지 않아 별 고생 없이 샤모니에 도착하였다.
오는 길엔 구름도 끼고 비도 내리고 했지만 샤모니에 도착하니 어제의 불운을 보상이라도 하듯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몽블랑은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이다. 해발 4,807m,  몽블랑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3,842m에 위치한 어퀴디뮈디 전망대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다.
중간에 한번 갈아탄다.  사천미터에 달하는 높이를 순식간에 올라가는 마법이라니!

케이블카  정면에서 본 전망대 도착하기 직전의 아찔한 암벽, 깎아지른 암벽 위에 전망대가 있다.

가운데 제일 높은 매끈한 봉우리가 몽블랑이다.
3일 동안 3천 미터 이상을 올라 세 개의 알프스 봉을 전망하였다. 마테호른은 실내 영상으로.
지금 뒤늦게 여행 후기를 쓰면서 복기해 보니 알프스를 다녀오긴 했으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앞으로 다시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터라켄 튠 호숫가에 짐을 풀고 열차를 이용하여 적당한 거리의 트래킹도 하며 꼭 정상까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알프스를 느끼는 여유로운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실현불가능한 계획을 세워 본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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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다.
스위스는 독특하게 영세중립국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기원전부터 알프스 일대는 로마의 전략적 요충지로  일치감치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에 보면 스위스인은 게르만의 침입을 피해 삶의 터전을 옮기려 하면서 카이사르의 로마군대와 대적하는 헬베티아인으로 등장한다.
11세기경 스위스의 지금의 영토가 신성로마제국의 일부가 되었지만 1291년 스위스 지역 3개 주가 반합스부르크동맹을 형성하여 스위스 연방의 기원이 된다.
이후로  동맹에 가담하는 수가 늘어나고 신성 로마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독립을 승인받게 된다.
스위스 연방이 종교개혁의 중심이 된 이면에는 반 합스부르크 동맹으로 자치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나의 뇌피셜)
유럽의 이런저런 소용돌이 속에서 스위스 연방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정치적 권리를 인정받는다. 영세중립국스위스 만세!
스위스의 역사를 들여다보다가 깨달은 것은 
'따로 또 같이'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커다란 세력에 맞서 작은 각각의 세력들이 뭉쳐 동맹을 형성했고 그 각각의 집단은 충분히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지금의 스위스는 전체 국민수가 9백만 명이 안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자치권이 보장된 20개의 주와 6개의 반주로 이루어진 연방 국가이다.
먹고살 길이 막막하여 유럽의 전장에 용병을 파견하던 가난한 나라가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가 되었다.
전 세계인에게 스위스는 평화의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세계의 어느 패권에도 가담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는 나라!
어느 편엔가 가담해야하는 작은 약소국의 국민으로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상 스위스에 대하여  수박 겉핥기식의 짧은 지식을 적어 보았다.

넷째 날
루체른으로 이동하였다.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빈사의 사자상이다.
15세기 경부터 스위스의 척박한 환경하에서 달리 먹고 살길이 없던 건장한 청년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굶주리지 않기 위해 유럽 각지에 흩어져 용병으로  복무하였다.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튈르리 궁전을 지키기 위해 고용된 786명이 프랑스 혁명군에 의해 모두 전사하였다. 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물이 빈사의 사자상이다.
죽어 가는 처절한 사자의 모습으로 용병의 최후를 묘사했다.

사자상 위에 새겨진 라틴어 명문
HELVETI  AC  VIRTUTI
"스위스인의 신의와 용맹에 "

세계적 명품 시계의 나라,   세계의 검은돈, 비자금의 은닉처로만 알았던 스위스에 이런 슬픈 과거가 있었다니~~

루체른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목조다리 카펠교도 유명하다.


루체른에 있는 호수는 루체른 호수, 이곳을 흐르는 강은 로이스 강이다.
강가에 세워진 아름다운 건물들

와!  로렉스 시계 본사다!

이날은 인터라켄으로 이동하여 융프라우 전망대까지 오르는 일정으로 루체른 관광은 서둘러 끝내야 했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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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오후
프랑스 Eguisheim에서 점심을 먹고 국경을 넘어 스위스 취리히로 이동하였다.
여기서 국경을 넘는다는 건 텅 빈 검문소(나름 그 역할을 했었던 때가 있을까 싶지 않게 한가한) 건물을 거침없이 지나가는 것이다. 국경선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곳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람들에게 실감되는 현실적인 장벽은 없지 않을까?  사실 그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국경이 무색할 거 같다.
전 세계의 국경이 느슨해져 어느 나라든 비자 없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 본다. 심지어 북한마저도~~~
취리히는 리마트강이 흐르고 하구엔 취리히 호수가 있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상업 금융의 중심지이다.
역사적으로는 16세기 종교개혁의 중심에 취리히가 있었다.
올리히 츠빙글리에 의해 시작된 종교개혁은 그가 가톨릭과의 전투인 카펠 전투에서 전사하자 후계자인 하인리히 블링거에 의해 계승되었다.

고딕식 쌍둥이종탑이 있는 건물이 올리히 츠빙글리와 하인리히 블링거가 속해있던 그로스민스터 교회,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가 뮌스터 다리.

그로스뮌스터 교회 내부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그로스뮌스터 교회 벽 부조, 하인리히 블링거

파리에 상제리제가 있다면 취리히엔 반호프 거리가 있다. 스위스의 유명한 명품 시계점을 비롯한 세계의 명품 브랜드가 다 모여 있다는 반호프 거리를 지나 리마트 강 연안의 취리히 시가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한 공원, 린덴호프에  올랐다.
멀리  취리히의 상징 그로스뮌스터 쌍둥이 종탑이 보인다.

스위스에서 퐁듀는 먹어 봐야지!
퐁듀를 곁들인 저녁을 먹은 식당.
퐁듀는 치즈의 짠맛이 다소 부담스럽긴 했지만 고소한 치즈의 풍미가 느껴져 먹을만했다.
그보다는  당근(?) 수프가 더 맛있었다는~~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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