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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앞에서

구름재 2025. 2. 19. 21:54

낮에 친구가 김밥과 국수를 먹는 사진을 보내왔다.
김밥은 나도 어제 먹었고 급 국수가 땅겼다.
저녁 메뉴는 간단하게 국수다.
집안일 점점 하기 싫어지는데 그나마 요즘 내가 제일 최선을 다 하는 일이 하루 두 끼 해결하는 일이다.
전적으로 생업에 매달리던 때도 지났고 이 나이 되도록 특별한 취미도 갖지 못한 심심한 삶을 살아왔기에 시간이 남아도는 요즘 두 끼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아주 본능에 충실한  삶이 되었다.
준비해서 먹고 치우는데 모두 대여섯 시간은 소비한다.
거창하게 차려 먹는 것도 아닌데, 오늘 국수만 해도 그렇다.
멸치육수로 국수장국 만들어야지.
고명으로 올라갈 고기와 표고버섯 불려 같이 볶아야지, 달걀지단 만들고, 양념장 준비.
잔치국수 결코 간단치 않다.

국수를 준비하며 든 생각,  음식 만들어서 오로지  먹는 거에 충실한  이 행위가 나름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수 하나도 대충 먹지 않겠다는 야무진 각오야말로 이 삶을 대하는 숭고한 자세라고 다짐한다.
국수 한 그릇 앞에서 먹는 행위의 숭고함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내 삶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유일하게 남은 과제가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라니 참 서글프기도 하고, 그러니 숭고 하달 밖에.

어제 해먹은 김밥과 어묵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