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마무리, 바르셀로나여 안녕!
어쩌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그라나다였을까? 그라나다 여행 후기를 쓰고 나서는 후기를 마무리하는데 힘이 빠져 더 이상 진도를 뽑지 못하고 있었다.
스페인 다녀온 지도 어언 3개월 이상이 지나갔다. 여행에서의 감흥도 많이 퇴색되고 일상에 파 묻혀 여행의 시간을 반추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상의 부주의로 발목을 다쳐 일주일째 집 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보니 떠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다시 한번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절감한다.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바르셀로나를 향해 달려 보자.
여행 7일째 그라나다를 떠나서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긴 여정 사이에 지나가는 도시 발렌시아에서 하룻밤 묵었다.


호텔 가기 전 잠깐 들렀던 고래를 형상화한 최첨단 미래형 건축물, 과학 예술 문화 복합 단지 건물이다.
이제껏 우리가 보았던 것은 스페인의 찬란했던 과거의 모습이었다면 이 웅장한 건축물은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스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발렌시아에서 하룻밤 묵고 바르셀로나 입성 전 마지막 경유지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은 몬세라트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는 산악 열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가우디가 영감을 얻었다는 바위산 밑에 자리한 수도원과 바실리카 대성당, 대성당 안에는 검은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여기저기서 검색해 보니
나 같은 무신론자에게는 믿거나 말거나인 얘기지만 검은 성모상은 엄청 나이가 많으시다.
1200년쯤 전 바위동굴서 발견되었는데 그곳에 성당을 지었단다. 베드로가 스페인으로 가져온 성모상이라는데 베드로가 언제 적 분이신가? 설마 예수님의 제자 그 베드로? 그리 따지면 성모상의 출생 연도는 2000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걱!
전해오는 얘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12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또 말하지만 성당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겠나 짐작해 본다.
(수녀님 친구야 미안하다^^)
그리하여 검은 성모님은 아주 영험하신 분이 되어 많은 기적을 행하시고 그분의 손을 만지며 기도하면 소원 한 가지는 들어주신다고 하니 험준한 산속 성당과 수도원이 순례자가 끊이지 않는 유명한 곳이 되었다.

나 역시 수녀님 친구의 신심을 빌어 마리아 수녀님(친구)의 건강을 축복해 주십사 간절히 기도하였다.
수도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 미겔 전망대에 올랐다.

가우디는 자연의 형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건축에 반영했다고 하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위산의 모습은 앞으로 보게 될 가우디 건축물의 이미지와 닮은 부분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떠나 드디어 바르셀로나에 입성하였다.
저녁을 먹고 바르셀로나 구 시가지를 걸었다.



광장에서 출발하여 오래된 건물의 골목골목에 깃든 역사 강의를 듣고 피카소의 그림이 있는 건물도 구경하며 바르셀로나 대성당에 이르렀다.

여행의 마지막 밤, 아쉬움을 달래는 타파스 뒤풀이, 여러 종류의 튀김이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엄청 맛있었는데~~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여행 마지막날!
고대했던 그 유명한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를 만나는 날!
사실 바르셀로나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아 왔기에 가보지 않고도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만큼 익숙한 도시이다.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가우디, 많은 여행자들이 바르셀로나에 오는 까닭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하고 특별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일 거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시작한 가우디 투어는 구엘 공원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을 기조로 한 다채로운 색상의 세라믹 타일로 만든 뱀의 모양을 한 의자와 도마뱀 조형물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흙과 돌을 뭉쳐 만든 기둥은 자연의 한 부분처럼 아무렇게나 쌓은 듯 소박하지만 정교하다.

자세히 보니 돌 하나하나 쌓인 모습이 우리나라 산길에 흔히 보이는 소원탑을 연상시킨다.

공원은 동화 속 마을 같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도 있다.
그리스 신전을 본떠 만든 회랑에 오르면 멀리 지중해가 보인다고 한다.
이곳이 부자들의 주택단지로 개발되어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부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시민들의 훌륭한 공원이 되었으니 결과적으론 매우 잘된 것 같다.
다음으로 간 곳은 가우디 필생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
가우디가 31살부터 건축에 참여하여 43년간 매진하다 1926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아직까지도 계속 짓고 있는 성가정 성당이다.


성당엔 세 개의 파사드(출입문)가 있다. 예수 탄생의 문, 예수수난의 문, 예수영광의 문이다.
두 개의 문은 완성되었고 영광의 문이 남았다.
각각의 파사드 조각은 다른 느낌이다.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완공했지만 수난의 파사드는 가우디 사후에 완공되었다.
탄생의 파사드는 온화한 곡선인 반면 수난의 파사드는 날카로운 직선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탄생의 은혜로움과 수난의 고통스러움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2034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영광의 파사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1882년에 시작한 건축이 세기를 넘어 142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건축공법의 발달로 얼마든지 공사기간을 앞당길 수 있을 텐데 세월아내월아 서두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보면 머든지 빨리빨리인 우리가 보기엔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다.
가우디 사망 100주기가 되는 2026년에는 완공한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시민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어지기 시작한 성당이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의 헌신적인 신앙심으로 지어지다가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중단되었다가 1950년이 되어서야 재개되었으니 성당 건축의 동력인 신앙심은 예전 같지 않을 거 같다.

21세기에 이렇게 거대한 성당을 짓는데 경제력을 집중할 정부는 없을듯하다.
이왕에 시작된 공사니 입장료 수입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니 공사가 늦어지는 건 당연.
천재적 예술가의 눈부신 작품을 보기 위한 행열은 끊이질 않으니~~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모습

김대건 신부님의 이름이 적힌 스테인드글라스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적힌 주기도문. 한글로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적혀 있다.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에 까사 밀라 내부 관람을 하였다. 밀라 부부가 가우디에게 의뢰하여 지은 주택이다. 건물 외부는 몬세라트산의 외형을 본떠 건축되었으며 공개된 내부 모습은 그 당시 생활공간을 재연해 놓았다.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건물 옥상의 조각품들이다.

해골 모양의 까사 바트요 외관.
가우디의 건축물 7개가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를 끝으로 모든 여행 일정이 끝났다.
투어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행 막바지에는 체력 저하로 여행 초반의 설렘과 기대가 반감되는 집중력 저하 현상이 일어난다.
사진도 대충 찍고 대충 보고 대충 듣고~~~
바르셀로나! 아쉬웠지만 경이로운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모든 곳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