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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다

구름재 2024. 11. 23. 21:29


근래 읽었던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딸의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잠깐 생각했었다.
소설 속 아버지는 모두가 잘 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빨치산이 되었고 나의 아버지는 공군에 들어갔다가 6.25  전쟁통에  전장에 투입될까 두려워 매형 빽으로 8개월 만에 제대, 돌아가신 뒤에는 참전군인으로 대우받아 호국원에 묻히셨다. ㅋㅋ

우리 세대는 빨갱이는 사람도 아니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몸이 빨간 괴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빨갱이의 부대가 우리 동네 앞산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
1968년 1월 21일, 무장부대 침투사건이다.
청와대로 가기 위한 길목, 동네 앞산 북악산에서 총격이 있었다.
며칠밤을 소등하고 집에 갇혀 꼼짝 못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빨갱이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각인되었다.

북악산 산행때 촬영한 무장공비와의 총격사건으로 바위에 남은 총탄 흔적


어른이 되어 소설  남부군, 태백산맥을 통해 빨치산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좌 우 갈등이 점철된 비극의 우리 현대사에 대한  나름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젠 내가 빨갱이 소리를 듣고 있다.^^

소설 속 아버지는
이렇게 무해한 빨갱이라니.
이렇게 정의로운 빨갱이라니.
이렇게 인정 많은 빨갱이라니.
이렇게 유쾌하고 유머 가득한 빨갱이라니.

빨치산이었던 분으로 아직까지 생존에 계신 분들은 없을듯하다.
신념 따윈 필요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