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럴 줄 알았지!"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번엔 골밀도 검사도 무료다.
이 년 전 자비로 골밀도검사했을 때 골다공증 경계수치라 칼슘제 처방을 받았다.
이번엔 어찌 나올까 조마조마했는데 역시 골다공증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거나 해야 하며 평소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니까 조금강도를 높여서 빠르게 걷기를 해보란다.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조바심이 생긴다.
평소보다 빠르게 그리고 시간도 길게~~
어제 오후 장맛비가 시작되었다.
빗줄기가 제법 굵은데도 걸어야 할 핑계를 만들어 길을 나섰다.
빵과 마요네즈를 사러 빵집과 슈퍼를 가야 하니 그 김에 공원 한 바퀴 돌아오자.
사람은 모름지기 멈춰야 될 때를 알아야 한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며 터득한 지혜인데 어제는 비가 와도 걷기를 멈출 수 없다는 강박이 나를 재촉했다.
비가 오니 젖는 운동화 말고 젖어도 되는 샌들을 신고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빵집에 가니 사고자 하는 빵이 없어 그냥 집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는데 마침 비바람도 잦아들고 해서 공원 빵집까지 그냥 가보기로 했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이라 빵집은 문을 닫고 이렇게 된 김에 산책이나 하자 싶어 비 오는 공원을 걷자니 갑자기 따뜻한 라테가 미치도록 마시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니 오늘 커피 한잔도 안 마셨다.
늘 가는 카페에서 라테 한잔 받아 들고 한 모금 들이켜니 속이 뻥 뚫리며 그래! 바로 이 맛이지! 를 연발하며 라테를 벌컥벌컥 마셨다.
다 마신 컵을 버리려 쓰레기장으로 가려면 약간의 돌바닥 경사로를 올라가야 되는데 그 경사로를 내려오면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왼쪽 발목이 심하게 꺾이고 말았다.
쩔뚝거리며 공원화장실로 가서 꺾인 발목부위를 찬물찜질을 하고 슈퍼 들르는 것도 생략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빗길에 샌들신고 산책에 나서다니~~
하루 산책 안 한다고 당장에 골다공증이 심해지는 것도 아닌데.

생각해 보니 요 근래 자주 넘어졌었다.
스페인 여행 마지막날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서 계단에 무릎을 찍어 아직도 흉터가 남았고 지난번 서울 둘레길에서도.
퉁퉁 부어 오른 발목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이 난다.
낮부터 보던 영화 '소풍'을 마저 보았다.
난 이런 영화가 싫다. 특히 억지스러운 결말.
늙고 병들고 죽는 건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비로소 나에게도.
나이가 들었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서글퍼 말자. 건강에 대한 조바심도 갖지 말자. 다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멈춰야 할 때는 미련 없이 멈출 것!
병듦과 죽음을 향해 담담히 나아가는 것, 내 앞에 놓인 시간의 강을 힘껏 건너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