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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찬치만 나의 소울 푸드, 수제비

구름재 2024. 7. 20. 19:47

낮에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든 생각,
가난했지만 먹는 거에 만큼은 진심이셨던 부모님 덕에 나 역시 먹는 거에 진심이다.
어머니가 해 주신 재밌는 얘기 하나,
갓 시집와서 시집 식구들 모일 때면 밤새 소 한 마리 거뜬히 잡아 잡수신다고. 말로만 말이다^^
내 나이 다섯 살이었을 때 아버님께서 국가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셔서 우리 다섯 식구는 상경하여 단칸 셋방에서 서울 살이를 시작하였다.
지금도 기억난다.
말단 공무원이라도 아버님 월급날은 다섯 식구 불고기 먹는 날이었다
방안에 화롯불 피우고 어머니는 솜씨  좋게 기름 먹인 한지에 양념불고기를 구워 주셨는데 불고기 하면 어머니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다.
우리 집서 불고기 먹어 본 친구들은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국물 자작한 불고기, 아무리 솜씨를 부려도 그 맛은 흉내 낼 수가 없다.
오늘 낮에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단호박수제비가 나왔다.
생각난다.
요맘때 장맛비가 내리면  감자랑 애호박 넣고 끓인 수제비가 별미였었다.
이열치열, 땀 뻘뻘 흘리며 먹었던 뜨끈한 국물의 시원함이라니!
나의 소울푸드는 불고기가 아니었다.
하찮은 수제비이다.
마침 장맛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먹는 거에 진심인 나는 마침 친구가 준 맛있는 단호박이 있어 바로 끓여 먹었다.
단호박 수제비 대박!  

밀가루 반죽에 찐 단호박을 으깨어 넣는게 핵심.
색다른 식감의 수제비, 얇지 않아도 부드럽고 구수하다. 마지막에 대파를 듬성듬성 썰어 살짝만 익혀주니 대파의 향긋한 맛과 식감이 살아서 국물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