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풍경펜션에서 꿀잠(?) 자고 아침 8시쯤 화엄사로 향했다.
펜션에서 화엄사까지는 걸어갈만한 거리였지만 우리는 차로 이동하였다.

화엄사 창건 연대는 여러 설이 있으나 1979년 황룡사지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754년(경덕왕 13)에 건립을 시작하여 이듬해 완공하였다고 한다.  실로   오래된 사찰이다.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때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어 지금의 건물들은 17세기 이후에 새로 건립된 건물들이다.

고색창연한 목조건물 각황전 앞의 석등은 국보 12호인데 해체되어 보존처리 작업에 들어갔단다. 현존하는 석등 중 가장 크고 통일신라시대 9 세기말쯤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엄사는 대웅전, 각황전, 석등,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 사사자 삼층석탑 등 국보와 보물,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웅전에서 절하며 친정어머니께서 이 세상 하직하시는 날까지  지금처럼 건강하시기를 빌었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절에 가면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위해 절하고 성당에 가면 수녀님 친구를 위해 기도한다.

가파른 계단 옆에 흐드러지게 핀 수국의 오묘한 푸른색에 이끌려 적멸보궁까지 올라가  사(4) 사자 삼층석탑을 영접하였다.

암수 사자 두 쌍이 탑을 받치고 있는 사사자 삼층석탑, 우리나라 국보 35호이며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건립했다고 하나 석탑의 뛰어난 조각 양식을 보건대 통일신라의 전성기,  8세기 중엽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랜 세월 모진 풍파 속에서도 허물어지지 않고 빼어난 자태가 위풍당당하다.
참고로 최근 10년 동안 보수 수리 과정을 거쳐 석탑의 모습을 안전하게 보강하였다고 한다.


적멸보궁서 내려와 대숲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차를 공양하는 다원이 있다.
차를 마신 후 내고 싶은 만큼 찻값을 지불하면 된다.

화엄사에서 두 시간여를 보내고 펜션 체크아웃 후 맛있는 늦은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다슬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어도 맛있었던 다슬기 강된장 비빔밥, 들기름향 가득한 도토리묵무침, 순식간에 해치웠다.
여행의 화룡정점은 역시 맛있는 식사이다.
포만감을 안고 간 다음 행선지는 구례 목월 빵집이다. 빵순이 아줌마들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나름 핫플레이스 빵집에서 정신없이(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이 빵 저 빵 주워 담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빵을 들고 우리가 향한 곳은 전통 한옥 정원인 쌍산재이다.
TV 프로그램  '윤스테이'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시원한 한옥 툇마루에서 웰컴티 -1인당 만원 하는 입장권을 구입하면 주는 아아나 매실차 중 한잔-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입장 시 음식물 반입은 안된다는데도 우리 하이에나들은 시치미 딱 떼고 빵을 들고 들어가 급기야 한입 베어 물다 한옥 지붕 처마에 걸려있는 cctv 카메라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으니~~
직원이 쫓아와 " 저기, 딱 걸리셨어요!^^" 그리고 마루에 누우셔도 안됩니다"  당뇨병 환자라 당 떨어져서 딱 한입 먹었다는 둥, 디스크 환자라 허리가 아파서라는 둥.  " 아!  쪽팔려!"
이 민망함을 어찌할꼬 ㅋㅋ



이제는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교통이 혼잡해지기 전 귀가를 서두르기로 하였다.
올라가는 길에 어제 못 먹은 돈가스를 먹기 위해 익산을 들러 가기로 했다.

과일로 만들었다는 새콤달콤 소스가 듬뿍 뿌려진 치즈돈가스, 왕돈가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콩국수 멸칫국수도 역시 맛있었고~~
친구가 한턱 쏜 덕분에 집에 기다리는 식구들을 위해 포장까지 했다. 식어도 맛있었다는.
다행히 정체 없이 7시 전후로 귀가를 완료하였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 충만한 시간이었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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