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6일째,
론다를 떠나서 그라나다로 향했다. 달리는 버스 차창밖 저 너머로   무지개가  보인다. 왠지 불안하다.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하면서 무지개는 원 없이 보았는데 그만큼 날씨가 변덕스러웠다는  얘기. 3월 초순, 이베리아 반도의 날씨는 여행하기에 최적의 날씨는 아니었다.
론다를 떠날 때 화창하게 맑았던 날씨가 그라나다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산 니콜라스 광장에 올라가 석양에 물든 알람브라 궁전을 감상하는 건 포기해야 한다.
스케줄 빡빡한 투어에서 날씨가 안 도와주니 참! 하늘이 다 원망스럽네.
비가 와도 우리의 정해진 투어는 계속된다.

알함브라궁전, 산 마르코스 전망대에서~~

알람브라궁전은 내게 여행의 종착지 같은 그런 곳이었다.
어딘가 항상 가고 싶은 곳을 그리며 살았던 거 같다.  그 여행의 끝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
그곳은 막연하게 그라나다  알람브라궁전일 거라는 환상을 가졌었다.
내게는 항상 너무 멀리 있는 곳으로 각인된 곳.
그렇지만 스페인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이며 작곡가인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너무나도 친숙하고 익숙해진 알람브라!
https://youtu.be/AIzKsNIRrV4?si=3MJ1wVZ1ovbrIFLu

봄비가 오락가락하는 저녁, 알람브라궁전을 바라볼 수 있는 알바이신 지구의 산 마르코스  전망대에서 어둠 속에서 붉은빛을 발하는 알람브라궁전의 도도한 자태를 보았다. 마침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1492년 알람브라궁이 함락되고 항복의 대가로 왕과 그 식솔들은 안전을 보장받고 북아프리카로 돌아갔으나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던 무어인들은 여전히 삶을 이어 나갔다. 그들의  거주지, 알바이신 지구의 골목길을 옛사람들의 삶의 발자취를 느끼며 걸어보았다.

유명한 관광지가 된 덕분에 삶의 터전을 내주어야 하는 주민들 입장에선 저녁 늦도록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들이 좋지만은 않을 듯하다.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많았는데 북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이슬람인들의 기념품 가게가 많다.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와 스페인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이주와 교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다. 모든 사람들이 국적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옮겨 다니며 사는 그런 느슨한 사회를 상상해 본다.

알람브라궁의 아름다운 정원

다음날 드디어 알람브라궁으로!
역시나 아쉽게도 알람브라궁의 하이라이트인 나스르 궁전은 입장불가이다.
나스르궁전은 왕의 집무실 및 왕실 가족의 생활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제한 개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일행들은 볼 수 없었다.
나스르 왕들의 여름 궁전이었던 헤네랄리페를 관람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원사들이 정성껏 가꾸는 꽃이 만발한 정원


Generalife라 쓰고 헤네랄리페라고 읽는다.
어느 여행작가가 쓴 글을 읽으니 영어로 읽으면 평범한 삶이라고 오역할만하다.
왕실의 삶이 평범한 삶은 아닐 텐데~~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정원을 거닐었을 터.
왕이 휴식을 취하던  별궁인데  꽃들이 만발한 정원,  나무와 꽃들을 잘 자라게 해주는 과학적으로 설계된 수로, 주변 환경과 잘 어울려 지어진 건축물,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헤네랄리페궁의 난간 창너머로  그라나다 도시 전경이  보인다.

그라나다를 마주 보고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물이 알람브라궁으로 이어지도록 수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알람브라는 물의 궁전이다. 물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었을듯하다.
궁전 안으로 물을 흐르게 만든 뛰어난  관개기술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궁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오로지 나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나스르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알카사바 요새로 향했다.

정원 바닥의 다양한 문양, 이 바닥에 매료되었다.

Parador De Granada 입구

파라도르는 국영호텔인데 그라나다의 국영호텔은 알람브라궁 안에 자리하고 있어 숙박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어찌어찌하다 미국인의 손에 넘어가 호텔 아메리카가 된, 뜬금없이 궁 영지 안에 자리 잡은 호텔이다. 그라나다시 입장에선 난감해도 사유재산이라 어찌할 수 없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파라도르에서의 숙박이 어렵다면 여기라도 노려보자^^

카를로스 궁전, 외부는 정사각형 모양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원형이다.내부의 사진은 다른이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임을 자백한다^^https://m.blog.naver.com/viajedejay/223454175678

알람브라궁 안에는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있다.  스페인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기도 한 카를로스 5세에 의해 1527년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궁 안에 함께 자리 잡은 이슬람의 건축양식과 르네상식 양식의 건축물은 서로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은 정복자의 자신감이 충만한 웅장한 모습이다.
그러나 알람브라에서만큼은 겉도는 웅장 함이라는 느낌은 나만의 느낌인가?
그러나 이 궁전 역시 그라나다의 역사인 것을!

알카사바(요새)에 올랐다.
그라나다시가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있다.
이렇게 견고한 요새도 카스티야와  아라곤 연합 세력에 의해 함락되었다. 그라나다 함락의 주인공은 역시  걸 크러쉬(?) 여왕 이사벨이다.
이사벨은 선왕에 의해 정해진 혼처를 마다하고 또 다른 가톨릭 왕국인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자를 배우자로 선택한다. 두 왕국의 연합으로 스페인은 하나의 왕국의 기틀을 세운다.
이사벨 여왕은 콜럼버스와의 담판에서 그의 항해를 허락하여 스페인에 큰 부를 가져다준 식민지 개척의 문을 열었다.
스페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왕실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건 공주의 화려한 삶의 이면에 왕실 간의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나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상대와의 정략결혼에 떠밀려 불행한 삶을 살다가,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임을 당하는 많은 왕가의 여인들이 있었다. 그런 시대에 이사벨은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한 용감한 여성이었다.
영국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다면 스페인엔 이사벨 여왕이 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지만 반나절의 겉핧기로 끝난 알람브라!
이토록 아름다운 유적을 남긴 모든 이에게 감사를~~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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