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민도 아닌데 서울 둘레길을 걷게 되었다.
하루라도(물론 일이 없어 집에 우두커니 있는 날, 말이다) 4킬로 이상 걷지 않으면 몸이 더 무거워지는 강박증이 생겼다.
유튜브 캠핑 아저씨나, 산책 아저씨 채널에서 산책길 코스를 참고하는데 얼마 전 캠핑아저씨가 올린 트래킹코스에 플러팅 당해서 길을 나섰다.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쉬운 길이라는 설명에 별다른 각오 없이 가볍게 나선 길.
지하철 1호선 석수역에서 출발하여 관악산공원입구로 이어지는 7.3 km의 서울 둘레길 12코스!

석수역에서 내려 5분여 정도 걸어서 도착한 호암산 숲길 공원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전철을 이용한 접근성이 용이하여 선뜻 길을 나섰는데 숲길 초입부터 오르막 산길이다.
헉헉대며 한 20여분 올랐을까(등산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가파른 오르막 20여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드디어 편안한 산길에 도착했을 때 안도감에 방심했는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아무에게도 민망한 꼴을 들키지 않았다. 역시 산길에선 한순간도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집중 또 집중을 되뇌며 힘주어 발걸음을 내딛는다.

숨찬 오르막길이 지나고 평탄한 산길이 이어진다.


소원탑 위에 돌 하나 보태고~~


잣나무숲 공원 벤치에서 간식을 먹었다.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조선초에 세워졌다는 호압사 , 유서 깊은 절이다.

절마당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호압사 뒤쪽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관악산 둘레길로 이어진다.

안내판에 쓰여 있다. 도란도란 걷는 길!
숲 속 오솔길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다.
인적 없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이 대체로 위험한 사람은 아닐 거라는 나의 확신은 아직까지 빗나간 적이 없다.
더러 친구들은 혼자 산길 다니는 내게 사람 조심하라고 하지만~~
마주 오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 가려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등산객 아저씨들 대부분 친절하심^^

삼성산 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신 세분의 성직자 유해가 발견된 곳에 축성되었다.
한 때 가톨릭에 몸 담았던 인연으로 두 손 모아 묵념하고 계속 길을 걷는다.

관악산 둘레길에서 만난 암벽 전망대에 올라 관악산 능선을 바라본다.
나도 한 때는 저 산 정상에 올랐던 때가 있었지!
비록 지금은 둘레길에서도 헉헉대고 있지만.

12시 30분 시작한 걷기가 관악산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4시 45분.
어쩌다 걷게 된 서울 둘레길 12코스, 7.3km , 잘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