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랐다.
머리는 산발인 채로  거무튀튀하고 심술기 뚝뚝 묻어나는 고약한 마녀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
헐!
신문물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나?
친구 따라 피부과라도 다녀야 하는 건 아닌지.

자연스레 늙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요즘 대세는 주위를 둘러봐도 역시 의술의 힘이다
노화에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란 없다는 거.
의사들이 피부과 성형외과로 몰리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그시절 그린 그림


12년 전에도  똑같은 고민을 했었나 보다.

예전에 쓴 글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글을 옮겨본다.

<힐링투게더>

제가 일하는 곳에서 최대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60대 이후의 은퇴 생활자들이지요.

강남 집 팔아서 한몫 챙겨 용인으로 이사 온 은퇴자들이 많다는군요.

나름 풍요로운 노후를 즐기며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유롭게 나이 먹어 가는 분들을 보며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의 얼굴을 찬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여유롭게 사는 모습만큼 얼굴 표정이 평화로워 보이는 분들은 많지가 않더군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주름져 늘어진 볼 살이 엄숙한 표정과 만났을 때의 모습이란 정말.....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을 합니다.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머금으면 조금은 봐줄 만한 모습이 됩니다.

남들에게 추한 제 모습을 들키기 싫어 오늘도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로라도 웃는 연습을 합니다.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들었어요.

사람이 웃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고통을 잊게 하는 호르몬은 그 웃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웃음에는 무조건 반응한다는군요.

아침마당 같은 프로를 보면 강사가 나와서 건강비법이랍시고 "하하하"하며 손뼉 치며 억지로 웃게 하던데 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 근거가 있었더군요.

어떻게든 제 늘어진 볼 살을 들키지 않으려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하다 보니 진짜로 웃을 일이 많아지더군요.

행복이 별건가요. 웃을 일이 많으면 그게 행복한 거지요.

어제 우리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이 웃었습니다. 행복이 충만한 시간이었지요.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또 많이 허전하기도 하더군요.

이래도 저래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 사이에 잠시 찾아오는 충만감, 행복은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인가?" 이런 질문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아요.

다른 삶을 선택했더라도 그 삶이 또 행복하기만 할까요?

다들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바느질을 하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심리분석을 하고 누군가는 아이들과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그러면서 끊임없이 회의하고......

뭔가를 절실하게 바라면 바랄수록 결핍감은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라는 것에서 절심함을 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기를 바라지만 절실하게는 말자.

그저 대충대충 안간힘 쓰지 말고 살아지는 대로 사는 거.

사실 우리가 모여서 한 얘기가 그런 얘기였지요.

사회적 성공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그렇지만 결국엔 "힐링 투게더"였다는 거

"지금 내 마음이 편안한가" 그것이 이 삶의 전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 결심했어!
당장 입꼬리 올리며 웃는 연습이라도 하자!
그런데 당최 웃을 일이 없다.ㅠㅠ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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