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길 오봉전망대에서 바라 본 도봉산의 오봉


북한산  산자락 밑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으로 산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놀이터가  동네 뒷산 숲 속이어서 숲은 언제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살기 바빠 산을 모르고 살다가 2000년 초반 몇 년간 산에 열심히 다니며 '산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라는 제목의 블로그도 만들었었는데 현생이 고달프다 보니 힘든 산행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당시 북한산, 도봉산 많이 다녔는데 특히 도봉산 오봉에 오르는 산길을 좋아해서 자주 올랐었다.
얼마 전 40년 동안 통제되었다가 열린 우이령길 탕방로를 검색하니 길 중간에 오봉전망대가 있단다.  오봉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다는 들뜬  마음으로 우이령길 걷기에 나섰다.
용인서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한산 우이역까지 긴 거리를 이동하여 우이령길 입구까지 2.3km, 우이령탐방지원센터에서 반대편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 4.5km, 왕복 14km 이상을 걸었다.
오봉 전망대에 이르러 오봉을 바라보며 그 시절 내가 올랐던 봉우리가 어드멘가 갸늠해보며 이제는 저 봉에 오를 수 없음에 몸도 마음도 늙었음을 실감한다.

한국전쟁때 양주와 파주 지역에서 피난길로 이용되었던 우이령길에는 남북대치의 상징인 대전차 장애물 시설이 있다.

하루 예약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 한적한 숲길을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오봉전망대를 지나 송추쪽으로 걷는 길은 한동안 오봉을 바라보며 걷는다.

산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직장인들의 퇴근시간과 겹쳐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고달픔이 만만치 않음을 알겠더라.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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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밤하늘의 별, 밤하늘 별을 언제 보았는지 아득하다.


4월 4,5,6,7일  3박 4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외손주 키워주느라 꼼짝 못 했던 친구가 딸의 육아휴직으로 육아에서 해방되어 염원이던 제주 한 달 살기를 떠났다.
덩달아 우리 친구들도 들떠서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집을 떠날 때 동네 벚꽃은 한창이었는데 제주 벚꽃은 다 지고 유채꽃만 원 없이 보고 왔다.
친구네가(남편과 함께) 둥지를 튼 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동백나무가 많은 동백마을인데 동백꽃도 거의 다 지고 마당에 동백꽃 잔해만 즐비하였다.
나흘을 머물면서 바닷가 숲길 산책하고, 미술관 관람, 올레길도 걸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고팠던 친구들과의 우정 쌓기 시간을 한껏 누리고 왔다.
친구모임이 세 그룹이다.
그중 다섯으로 이루어진 대학동창 모임인데 통영 사는 친구는 남편의 병 구완으로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제주도서 돌아온 이틀 만에 그 친구 남편의 부고가 날아왔다.
결혼해서부터 지지리 친구 속만 썩이더니  아까운 나이에 갔다.
천사 같은 친구는 모진 남편을 견디고 견디며 헌신하고 희생하며  고통스럽게 살았다.
그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 친구가 이제는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친구 말대로 너무 길들여진 삶이었기에 홀로서기가 두려운 걸까?
친구들 만나면 서로 남편 흉보기 바쁜데 반평생 같이 산 반쪽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어떨까 짐작도 못하겠다.
사랑했건 미워했건 쉬운 이별이 있을까.
내게 죽음보다 두려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이다.
죽음은 모든 고통을 끝내주니 어느 면에선 축복이다.
그대 죽음으로 평화로울지니,  친구 남편이야말로 스스로의 지옥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 떠난 죽음이기를~~

올레길 3-B코스 중 온평표구에서 신천목장까지 걸었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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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봄은 느닷없이 와서 아쉬움만 남기고 가버린다.
제일 좋아하는 4월!  어~  하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봄꽃을 미처 바라보지도 못한 채 마음만 바빠지는 4월.
올해는 유난히 꽃이 빨리 가버렸다.
꽃이 진 가지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잎사귀들도 꽃 못지않게 사랑스럽다.
파릇한 이파리들이 반짝이는 봄 산, 나는 그 봄산을  매우 좋아한다.
한때 매주 한 번은 산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북한산이 너무 좋아 내 인생 말년은 북한산 밑 소박한 주택에서 살았음 하는 꿈도 꾸었더랬다.
용인으로 이사한 후 북한산은 멀어지고 집 인근산 산행도 점점 멀어졌다.  동네산  언저리  산책만 했다.
얼마 전 우연히 우이령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예전 도봉산행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뛰었다.
도봉산을 오르다 보면 우이암이 있는데  우이암 쪽에서 북한산 쪽으로 내려가면 만나는 길이 우이령길이었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그 길을 걸어야지 하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
바로 인터넷 검색해서 탐방로 예약완료!
오늘 청계산 산행은 우이령길 산행(?)을 위한 전초전으로 갑자기 나서게 되었다.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 내리니 오후 한 시.
매봉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정각 오후 세시.
우이령길 전초전으로 선택한 산행이었지만 너무 빡센 산행이었다.
청계산 계단 오르기 만만치 않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나뭇잎 사이로 시들어 가는 진달래꽃을 보며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을 올라 드디어 도착한 정상에서 모처럼 뿌듯함을 만끽했다.

파릇한 숲길이 너무 좋다

오른쪽 계단길로 올랐으나 다음엔 왼쪽 우회길로~~매봉까지 이어지는 800미터 계단길 장난 아님 ㅠㅠ

힘들다 ㅠㅠ

드디어 정상

청계산입구에서 만나는 굴다리 장터에서 산 나물등~ 오늘의 횡재^^

숨차게 산을 오르며 역시나 혼자이신 머리 흰 할머니 한분이 꼿꼿이 산길을 오르시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좀 더 자주 산에 가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

Posted by 구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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